직장인 이민규(43)씨에게는 가족만 아는 비밀이 있다. 그 비밀은 그의 머리, 즉 가발이다. 이씨는 30대 초반부터 가발을 착용했지만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않았다. 얼마 전 치료를 받으러 온 그에게 왜 이제야 왔느냐고 묻자 “너무 젊은 시절에 이식수술을 받으면 어차피 진행되는 탈모 때문에 심은 머리카락이 다 빠져 버리지 않느냐”며 “이제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으니 괜찮을 것 같아 수술을 결심했다”고 말했다.
이 씨의 말이 맞다. 탈모는 평생 진행되는 질환이다.
하지만 큰 오류가 있다. 그건 모발 이식에서 사용되는 머리카락의 위치와 관계가 있다. 모발 이식은 귀 옆과 뒤쪽의 머리카락을 이용한다. 주위에서 탈모가 심한 대머리 환자를 떠올려 보자. 대부분 귀 옆과 뒷머리카락은 그대로 있을 것이다. 그러면 귀 옆과 뒷머리카락은 왜 빠지지 않을까. 그건 그 부위의 머리카락이 탈모의 영향을 주는 탈모 호르몬인 DHT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. 게다가 모낭은 다른 곳에 이식되더라도 그 특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탈모되지 않고 생존하는 것이다. 이 머리카락을 미용상 빠진 것이 티나지 않게 옮겨 머리가 없는 부분에 심는 것이 바로 모발 이식이다. 그래서 모발 이식술을 더 정확히 얘기하면 ‘모발 위치 이동술’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. 모발 이식술을 통해 뒷머리의 빠지지 않은 머리카락이 탈모 부위에 재분배 되는 것이다. 그 때문에 모발 이식을 한다고 해서 전체적인 모발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.
모발의 숫자가 증가하지 않는데도 모발 이식술을 받은 사람들을 보면 만족도가 아주 높다. 그들은 “진작 할 걸”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. 왜 모발이 늘어나지 않았는데 머리카락이 풍성해 보이는 것일까. 머리카락의 굵기를 비교해 보면 뒷머리카락은 대부분 굵기 때문에 더 많아 보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모발 이식에 경험이 많은 의사라면 좀 더 많은 머리카락이 생겨난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. 많은 모발을 이식하는 것도 좋지만 적절한 분배와 심는 방향만 잘 조정한다면 최소한의 모발을 이식하더라도 더 좋은 효과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. 적은 수의 모발을 이용한다는 것은 다시 세월이 지나 자연스럽게 탈모가 된 후 모발 이식술을 받을 때 다시 사용할 머리카락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.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이때, 장래를 위해 아까운 머리카락을 낭비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.
그리고 주위에 탈모가 진행 중인 환자가 보이면 치료약이 있다고 가까운 병원에 가 보라고 권해 보자. 그 환자가 병원에 가서 치료를 시작했다면 당신을 평생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다. 초기 탈모 진행은 프로페시아나 미녹시딜과 같은 검증된 의약품으로도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. 만약 탈모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더 늦지 않게 모발 이식술도 고려해 보자. 집 나간 며느리를 기다려 봤자 돌아오지 않는다. 빠진 머리 아까워해도 소용없다. 주워 담아 다시 심을 수 없다. 탈모를 이기는 방법은 의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밖에 없다.
마지막으로 두피와 모발에 쌓인 노폐물이나 먼지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아침보다 밤에 감는 것이 좋다. 송년회 때문에 잠이 부족하겠지만 자기 전에 치약만 쓰지 말고 꼭 삼푸도 쓰자.
안지섭 닥터안 모발이식 전문병원 원장
[본 기사는 한경 Business(11,12,21) 기사입니다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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